금요일, 8월 19, 2011

LG전자를 떠나며 CEO에게 남긴 글

아래 글은 많이 복사해서 비단 국내 IT 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경영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IT... 개발 및 근무환경... ? 물론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곳도 많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대접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기계처럼 찍어 내거나, 기계에 들어가는 일련의 부속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 우리는 왜 그들과 같은 인재가 없나?"
이런 얘기 신문, 방송에서 나올때면 한숨만 나온다.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하자면,
회사에서 어느날 아이디어 공모를 한다며 전사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달 xx까지 아이디어 및 구현 결과물을 제출하면, 1등은 000원, 2등은 000원,
등등... 이며, 제출된 아이디어 및 결과물은 회사에 귀속된다."

참 재미있지 않는가? 이런식의 회사는 당장 어떻게든 돈은 많이 벌어서
매출과 자본금은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절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위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 다시한 번 읽어보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잘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여튼, 음... 곧 개봉하는 인도 영화 "세 얼간이" 꼭 보길 바란다.


요즘 기사를 보면 모 회사들 간부들이 해외 대학들에 가서 석/박사급 인재들에게
기술세미나 및 회사관련 홍보를 한다고 하는데,

인재를 해외에서만 찾지 말고 국내에서 찾아 보길 바랍니다.
인재가 꼭 석/박사만 있는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하는데,
느낀건 그러한 학력들이 곧 인재이며 그들을 원한다는 것이다.

제발로 들어온 인재를 발로 차버리는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서
과연 해외에 나가선 잘 찾을 수 있을지...
그러한 인재들이 현재의 이러한 회사들을 보고 제발로 들어올지...
차~암 궁금하다...

아래 글, 공감이 참 많이 가는 글입니다.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비슷한 얘기로 저도 CEO/CTO 님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고 퇴사할 걸 그랬나 봅니다. 저도 5년 가까이, 정도 많이 들고 애착도 가지만,,,
마지막에는 그러한 마음이 들지 않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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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
J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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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복사한 글...

Source: http://ppassa.wordpress.com/2011/08/16/leaving_lg/


LG전자를 떠나며 CEO에게 남긴 글

지난 4월 퇴사를 하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바를 정리해서 CEO에게 메일을 보냈다. 아쉽게도 CEO로부터 답장은 받지 못했다. 사실 CEO가 답장을 할 회사라면 그렇게 떠나지도 않았겠다라는 생각이 드니,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다.
물론, 메일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것이라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안맞는 것일지 모르나, 메일 내용에 사적인 내용은 없고, 이러한 울림이 커져서 LG전자가 방향을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기에 이곳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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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2일)
안녕하세요, 구본준 CEO님.
저는 CTO소속의 최세윤 선임연구원입니다.
구본준 CEO님께서는 다른 분들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 곧 퇴사를 앞두고, 제가 사랑하는 우리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지난 5년동안 LG전자에서 느낀 점들을 용기를 내어 적어봅니다.
아마 CEO님께서 여러 채널을 통해 들으신 내용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면식도 없지만 결례를 무릎 쓰고 메일을 보냅니다.
제가 느낀 점 중에 우리 LG전자가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을 2가지 관점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물론, 우리회사에서 잘하고 있는 것들도 많지만 이 부분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Innovation
저는 우리회사가 진정으로 Innovation을 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원으로서 제가 느낀 바로는, Innovation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Innovation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처럼 보입니다. Innovation은 risk-taking이 가능한 문화 속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회사의 연구환경은 우리 연구원들이 risk-taking 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구현될 지도 확실치 않은데, 프로젝트 초기부터 ROI를 계산하는 것은 뭔가 맞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지나친 ‘보안(security)’ 강조 입니다. 보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생기는 엄청난 ‘기회비용’입니다. 이런 기회 비용은 계산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분명이 엄청 크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 인터넷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안이라는 이유로 접근이 막힌 사이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오늘도 KT의 클라우드(cloud) 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 http://ucloud.com을 접근 하려 하니 막혀 있었습니다. 어떤 사이트들을 막았고, 어떤 이유로 막았는지 연구원에게 전혀 공지는 없습니다. 연구원들은 그저 받아들일 뿐입니다. 아이디어 조사 차원으로, 그리고 기술에 대한 궁금중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이렇게 접근조차 막히면,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LG전자가 앞으로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기회를, 그 동안 이런 이유로 놓치지 않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HE본부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보안 상의 이유로, 개인 컴퓨터가 아닌 중앙서버에 접속 후 작업을 합니다. 문제는 중앙 서버로 데이터를 넣고 빼는 것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보고 자료라도 만들려고 하면, 중앙서버에 접속해서 내용을 화면으로 보면서 로컬컴퓨터에서 다시 타이핑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또, 개발자들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중앙서버에 없으면, 담당자에게 신청해서 설치해야 합니다. 몇 일이 걸리는 일이고, 설치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개발자들은 불편한 환경에서 제한된 사고의 자유를 가지고 개발해야 합니다. 정확히 그 비용을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개발자들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갉아먹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얼마나 우스운 광경입니까. 저는 DTV 기술의 경우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제 일반화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모든 정보를 지금처럼 중앙 서버에서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의문이 갑니다.
조직 문화
저는 이전에 벤처 회사를 다녔는데, 지금 우리 회사에서 제일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가 자유로운 토론 문화의 부재입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Top management(CEO/CTO)나 연구소장의 코멘트가 있었다’라고 이야기 되면, 그 진위 여부나 이유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고 바로 그 코멘트에 맞게 의사 결정이 납니다. 또, 경쟁사, 특히 삼성이 어떻게 한다더라 하면 이 역시 비판적인 토론 없이 의사 결정이 많이 나버립니다. 비록 top에서 코멘트가 있는 경우라도, 또 경쟁사가 그렇게 하더라도, 의사 결정 시에 관련자들이 반드시 이유를 이해하고 필요하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되어야,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회사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주인의식을 가져라’입니다. 저는 주인의식은 주인이 되어야 갖는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연구원들을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해주지 않는데 주인의식이 생길 리가 만무합니다. 최근에 서초 R&D 캠퍼스에서는 본부/연구소를 불문하고, 지각을 체크해서 각 조직 별로 통계를 매일 보고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화장실에는 ‘기본을 지키자’며 ‘슬리퍼를 신지 말라’, ‘복장을 단정히 해라’, ‘식사 시간을 준수해라’ 등의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분명 이런 것들이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전면적으로 연구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건, 연구원들을 주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철부지 중고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에 ‘Rework’란 책을 보니, ‘직원을 13살짜리 아이처럼 대하지 말라’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참으로 뜨끔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LG전자를 사랑합니다. 저는 우리 회사에서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총각으로 입사해서, 이제는 돌이 지난 아이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제가 열심히 일한 회사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그리고 저의 학과 선배이시기도 한 구본준 CEO님께서 분명히 그렇게 해주시리라 믿고, 저는 또 새로운 도전을 향해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LG전자와 모든 구성원의 건승을 항상 기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세윤